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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종희호가 정식 출범하면서 가장 시선을 끄는 것은 연말 인사다. 양 회장이 취임 후 한 달 만에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인사를 진행하는 만큼 인사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앞선다. 조직 혼란을 최소화해 안정을 꾀하는 한편, 그룹 전반에 걸쳐 ‘상생경영’을 다져 금융당국이 강조한 ‘상생금융’과 궤를 함께할 것으로 보인다.
양 회장은 21일 취임식을 갖고 본격 임기를 시작했다. 2026년 11월까지 3년 동안 국내 1위 금융그룹 KB의 회장 임기를 수행한다.
양 회장이 가장 먼저 당면한 과제는 계열사 CEO 인사다. 당장 연말 계열사 CEO 인사를 통해 양 회장의 경영 방향성을 가늠해 볼 수 있을 전망이다.
KB금융은 11개 계열사 중 9곳, 10명의 CEO 임기가 올해 말까지다. 대상은 △이재근 KB국민은행장 △박정림·김성현 KB증권 대표 △김기환 KB손해보험 대표 △이창권 KB국민카드 대표 △이현승 KB자산운용 대표 △황수남 KB캐피탈 대표 △서남종 KB부동산신탁 대표 △허상철 KB저축은행 대표 △김종필 KB인베스트먼트 대표 등이다.
앞서 우리금융그룹의 경우 임종룡 회장 취임에 맞춰 대대적인 조직 개편이 이뤄졌다. 자회사 14곳 중 9곳의 CEO가 교체됐다. KB금융 역시 양 회장 체제에 맞춘 물갈이 인사가 있을 수 있다는 시각이다.
다만 최근 금융시장의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인해 양 회장이 당장 대대적인 변화를 꾀하기보다는 조직의 안정에 무게를 두면서 인사 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날 양 회장은 출근길에서 기자들을 만나 주요 경영진 인사 방향에 대해 “아직 (인사 방향에 대해) 준비가 안 됐다”며 말을 아꼈다.
KB금융의 사장단 인사는 통상 2년 임기에 1년 연임하는 방식으로 경영 형태를 유지해왔다. 계열사 CEO 중에 이재근 KB국민은행장, 이창권 KB국민카드 대표, 허상철 KB저축은행 대표는 기본 2년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어 1년 연임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를 제외한 7명의 CEO는 3년 이상 임기를 수행했다.
특히 핵심 계열사인 국민은행을 이끌고 있는 이재근 행장은 경영 능력만 놓고 보면 연임 가능성에 가장 무게가 실린다. 이 행장은 올 3분기 2조8554억원의 순익을 거두며 ‘리딩 뱅크’의 입지를 탄탄히 굳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창권 국민카드 대표의 경우 카드업계가 고금리 기조 장기화로 조달 비용이 늘어나면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는 점이 관건이다. 다만 회사 내부에서는 현재 실적 부진은 전체 업황의 문제이고, 영업이익은 지속 증가하고 있는 점과 양 회장이 안정을 도모할 가능성이 높다는 측면에서 연임 기대감도 나온다.
박정림·김성현 KB증권 대표의 거취는 불투명하다. 실적은 나무랄 데가 없다. KB증권은 올 3분기 영업이익이 151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수탁수수료는 전년 대비 19.0% 증가한 1291억원을 거뒀다. 하지만 이들은 라임·옵티머스 사태와 관련한 금융당국 제재가 걸림돌로 남아 있다. 박 대표의 경우 KB금융 회장직을 놓고 양 회장과 경쟁하기도 했기 때문에 연임에 대한 부정적 기류가 강하다.
한편 양 회장은 이날 취임식에서 “금융의 역할과 책임에 막중함을 가슴 깊이 느낀다”면서 “‘국민과 함께 성장하는 KB금융그룹’을 만들어 가겠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당국의 서민금융 지원 확대 요구가 높아진 상황에서 KB금융이 업계 최대 규모의 상생안을 내놓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전체 금융권에서는 대략 2조원가량을 상생금융 재원으로 마련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