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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확대경]글로벌 자원전쟁 속 손발 묶인 한국
입력 : 2025-11-05 05:27:00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사업을 다 접으라는 것 같습니다.” 지난달 국회에서 국정감사를 받고 나온 자원 분야 한 피감기관 관계자의 말이다. 한국석유공사와 한국가스공사(036460), 한국광해광업공단, 대한석탄공사 등 자원 공기업(공공기관)은 윤석열 정부 때 이뤄진 각종 사업에 대한 의혹으로 질타를 받았고 이중 일부 사안은 감사원 감사나 주무부처의 조사를 받게 됐다.

한국석유공사의 동해 대륙붕 탐사 모습. 석유공사 제공
자연스레 동해 심해가스전 개발처럼 ‘윤석열표’ 꼬리표가 붙은 사업들의 운명은 불투명한 상황에 놓였다. 동해 심해가스전은 첫 탐사시추 만에 실패라는 낙인이 찍혔고, BP와 같은 글로벌 에너지 기업의 투자의향을 이끌어냈음에도 오히려 주무부처의 승인 없이 해당 정보가 유출된 데 대한 질책을 받게 됐다. 공무원이 적극 행정을 하다가 문제가 생기더라도 감사원 감사를 받지 않도록 하겠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말은 자원 공기업에는 해당하지 않는 말인 셈이다.

정부가 자원개발 정책을 외면한 건 하루 이틀 된 문제는 아니다. 이명박 정부의 공격적 자원개발 사업 실패와 당시 누적된 부채를 이유로 10여년째 손을 놓은 상태다. 김대중 정부 때인 1998년 개발에 성공해 20년 남짓 천연가스 등을 생산한 동해-1·동해-2 가스전은 잊은 지 오래다. 이재명 정부는 더 나아가 아예 부처 명에서 ‘자원’을 떼 버렸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 등 정부조직개편 과정에서 산업통상자원부를 산업통상부로 개명했다.

한국이 10여 년째 손 놓고 있는 사이 전 세계는 바야흐로 자원전쟁에 접어들었다. 중국은 지난해에만 1억달러(1400억원) 이상의 해외 광산을 10개 인수하는 등 공격적인 자원개발 정책을 바탕으로 리튬, 희토류 등 핵심광물을 확보하며 이를 미·중 무역전쟁의 무기로 활용하고 있다. 일본도 공공기관인 일본금속에너지안보기구(조그멕·JOGMEC)를 매개로 한 공공·민간 협업 체제로 국내외 자원개발을 진행하며 자립도를 높이는 중이다.

한국도 그간 민간 주도로 자원개발을 추진한다며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리스크가 큰 자원개발 사업을 민간에만 맡긴다는 비현실성을 확인했을 뿐이다. 광해광업공단에 따르면 한국의 6대 전략광물 자원개발률은 2023년 기준 34.4%로 중국(75.1%), 일본(69.9%)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현 상황이 이어진다면 첨단전략산업은 물론 이재명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인공지능(AI)이나 탄소중립 정책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반도체나 배터리, 재생에너지 확대는 곧 희토류와 리튬, 구리 등 핵심광물 수요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서다.

정부도 핵심광물 국내 비축량을 늘리거나 핵심광물 재자원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이는 근본 해법이 되기 어렵다. 직접 자원개발 역량을 높이고 국내 부존자원 개발 노력을 이어가는 게 자원안보를 지키는 근간이란 게 자원업계 관계자의 공통된 시각이다.

한국은 좋든 싫든 매년 10억배럴 이상의 원유와 4600만톤(t)의 액화천연가스(LNG)를 비롯해 리튬, 희토류, 구리 등 모든 광물을 수입해야 하는 자원 빈국이다. 10여 년 전의 실패 트라우마를 이유로 직접 자원확보 계획이 필요하다는 현실을 외면만 할 수는 없다.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n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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