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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음식의 대표격인 전은 오랜 시간 정성과 수고를 들여야 했던 수작업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이젠 상황이 달라졌다. 1~2인 가구와 혼추족이 늘고, 직접 장을 봐 전을 부치는 일이 부담스러워지면서 가정간편식(HMR) 제수음식이 새로운 선택지로 떠올랐다. 특히 과거 냉동 전 특유의 기름짐, 눅눅함, 비릿한 냄새 같은 단점을 보완한 제품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변화는 더 빨라지고 있다.
이번에 체험한 제품은 도톰 동그랑땡(560g, 8863원), 남도 떡갈비(450g, 9442원), 계란 옷 입은 고기완자(480g, 8784원) 등 총 세 가지다. 모두 CJ제일제당 공식 온라인몰 ‘cj더마켓’에서 5~20% 할인 중인 제품으로 냉동 상태로 보면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굽고 나면 완전히 다르다. 프라이팬에 식용유만 두르고 양면을 구워내는 단순한 방식인데도 손으로 만든 듯한 색감과 형태가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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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그랑땡은 익숙한 이름이지만 맛은 한층 세련됐다. 완성도가 기대치 이상이었다. 당근, 양파, 두부 등의 재료가 포슬하게 씹히며 고소한 풍미를 살렸다. 흔히 냉동 제품에서 느껴지던 퍼석함이나 인공적인 향이 거의 없었고, 무엇보다 조리 중 기름이 튀지 않아 조리 스트레스가 덜했다. 아침밥 반찬이나 도시락 반찬으로도 무난하게 활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떡갈비는 세 제품 중 향이 가장 뚜렷했다. 남도식 갈비 양념의 달큰함에 불맛이 살짝 감돌며, 입안에서 고기의 결이 부드럽게 풀린다. 한입 베어물면 단맛이 먼저 퍼지고 뒤이어 은은한 그을림 향이 남는다. 냉동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고기 본연의 육향이 살아 있어 식탁에 한 상 차린 듯한 느낌을 준다. 이 역시 명절 음식이라기보단 평소 식사 대용으로 더 자주 찾게 될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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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동 전이 이처럼 손이 덜 가고도 맛이 괜찮다면 앞으로 제수 음식은 굳이 수작업으로 만들 이유가 없을지 모른다. 실제로 CJ제일제당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주차 기준 비비고 전(동그랑땡, 해물완자, 고기완자, 떡갈비 등) 제품 매출은 직전 주 대비 66% 늘었다. 명절 2주 전부터 전을 준비하는 소비자 니즈가 반영된 결과다. 특히 1~2인 가구, 직장인, 혼추족 중심으로 제품 수요는 더욱 두드러졌다.
이제 전은 더 이상 전날 밤부터 가족이 둘러앉아 부치는 음식이 아니다. 냉동고에서 꺼낸 전 한 접시가 조용히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손맛은 줄었지만, 지글지글 익는 소리와 고소한 냄새는 그대로다. 만드는 방식은 달라졌지만, 그 한 접시가 전해주는 명절의 기분은 제법 선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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