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업종별로 조달금리 측면에서 옥석가리기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특히 석유화학과 건설 등 업황 부진이 이어지는 곳은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과정에서 모집액을 채우는 데는 문제가 없지만, 발행 금리 수준은 개별 민간채권평가사(민평) 평가금리보다 높은 수준에서 ‘오버 금리’ 발행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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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화학 업종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에서 목표액을 채웠다. 또 장기물보다는 3년물 이하 단기물에 대한 수요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관투자자가 기업의 장기 전망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LG화학(051910)(AA+)은 3년물 1500억원, 5년물 1000억원, 7년물 500억원 등 총 3000억원 규모 회사채 모집에서 1조6750억원의 주문을 받았다. 다만 대부분의 자금(1조2650억원)이 3년물에 몰렸다. 5년물과 7년물은 각각 3100억원, 1000억원의 주문에 그쳤다.
발행금리도 개별 민평에서 -30bp~+30bp를 가산한 수준을 금리 밴드로 제시해 3년물은 민평 금리와 동일한 수준(PAR)에서, 5년물과 7년물은 +10bp에서 발행 조건을 확정지었다. 지난해 공모채 발행에서 전 트랜치(만기물)에서 언더 발행을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또 다른 국내 석유화학 기업인 한화토탈에너지스(AA-)와 SK지오센트릭(AA-)도 목표액 이상의 자금을 모아 증액 발행에는 성공했지만, 모든 트랜치에서 오버 발행했다.
두 곳 모두 개별 민평에서 -30bp~+30bp를 가산한 수준을 금리 밴드로 제시했다. 한화토탈에너지스는 2년물 +10bp, 3년물 +15bp, SK지오센트릭은 2년물 +9bp, 3년물 +17bp에서 발행 조건을 결정지었다.
건설업종도 고금리 부담이 이어진다. 지난해 10월 이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두 차례나 내렸지만, 업황 불황에 조달금리 인하 수혜를 누리지 못하는 모습이다.
SK에코플랜트(A-)는 공모채 수요예측 과정에서 희망 금리 밴드를 민평 금리 대비 -30bp~+150bp를 가산한 수준을 제시했다. 금리 밴드 상단을 높여 시장 친화적인 금리 조건을 걸었다. 1년물 +3bp, 1.5년물 +14bp, 2년물 +14bp 등 모든 트랜치에서 오버 금리에서 목표액을 채웠다.
HL D&I 한라(BBB+)는 금리 밴드로 1년물 6.8~7.8%, 1.5년물 7.1~8.1%의 고금리를 책정했다. BBB+급 회사채의 등급 민평 금리가 1년물 4.8%대, 1.5년물 5.3%대에 머물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제공했다.
이 외에도 개별 기업별로 이슈에 따라 모집액 기준 민평보다 높은 스프레드를 형성했다.
신용등급 전망에 ‘부정적’이 붙은 HD현대케미칼(A), 등급 스플릿(신용평가사 간 등급 불일치)이 발생한 롯데렌탈(AA-/A+), 지난해 4분기 분기 기준 적자 전환한 LG에너지솔루션(AA) 2·3년물, 8년 만에 공모채를 발행하는 무림페이퍼(A-) 등이다.
전문가들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2월 말까지 회사채 발행시장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종목별 차별화로 인해 일부 미매각 종목이 발생하고 발행 스프레드가 금리 밴드 상단에 낙찰되기도 했다”며 “2월 들어 발행시장 강세가 나타난 것은 A등급 회사채 강세가 두드러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