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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대한민국, 공직사회부터 바꿔라"
입력 : 2017.04.12 06:30
이근면 전 인사혁신처장이 이데일리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대한민국 공직사회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켰던 이근면 전 인사혁신처장이 ‘대한민국에 인사는 없다’라는 책을 출간해 화제다. 이 책은 공직사회의 내밀한 이야기부터 어떻게 하면 조직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지, 공무원을 꿈꾸는 이들에 대한 조언 등까지 담겨 민간기업의 인사 책임자들을 비롯해 공무원시험준비생들의 필독서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이 책은 출간 전부터 민간 인사전문가가 바라본 공직사회에 대한 뭔가 다른 이야기가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어떤 이는 누군가가 보면 불편할 수 있는 이야기가 담기지 않을까라고 기대하기도 했다.

1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개인 사무실에서 만난 이 전 처장은 “과거의 일은 그냥 묻어둔 채 묻혀 지낼까도 고민했다”며 “모두에게 이로운 건 이야기할 수 있겠다 싶어 책으로 냈다. 누군가의 잘못을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어제와 오늘은 그만 이야기하자. 우리는 앞으로 가야 한다. 그러려면 지나온 얘기를 폄훼하면 안 된다”고 했다.

◇위대한 대한민국 만들기…공직사회부터 바꿔야

책에 담긴 메시지는 짧지만 강렬하다. 그는 “우리나라 공무원들은 훌륭하다. 하지만 매니지먼트툴이 없다”고 지적했다.

좋은 재료와 레시피가 있는데 좋은 셰프가 없어 맛있는 음식을 국민에게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인사처장으로 재직해온 지난 500일을 돌이켜보면 아무리 이야기해도 바뀌지 않는 게 있었다고 했다.

큰 그림을 그리는 안목의 부재, 부처 이기주의와 나의 기득권, 실행의 용기 등이다. 그는 “큰 그림을 보는 안목이 없고 좋은 자리는 같이 나누려는 경향이 있다”며 “그게 바로 기득권이다. 국가대표를 돌아가면서 하면 어떻겠는가? 이건 인사시스템이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무리 잘하고 있어도 승진에 유리한 자리면 1년이 안돼 교체된다. 중요한 정책을 추진해야 할 요직이 승진을 위해 거쳐가는 자리로 전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전 처장은 “중책을 수행하는 핵심 보직마저 승진을 위해 거쳐 가는 자리로 취급하다보니 훌륭한 공무원들도 실력이 하향평준화되고 있다”며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리고 국민의 미래를 불안하게 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또 그는 “해야할 때도 ‘움직이면 정 맞는다’며 움직이지 않으려고 한다. 필요 이상의 견제와 감시기능 또한 문제다. 실행의 용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은 3가지를 꼽았다. △공직 가치와 특별함에 대한 자각 △신상필벌의 명확화 △인사기능의 중립화다. 여기에는 공직을 향한 이 전 처장의 짙은 애정이 담겨 있었다.

그는 “공무원은 유일하게 헌법에 나오는 직업”이라며 “국가수호와 국민을 위한 봉사를 해야 하는 게 직업의 목적이다. 이들을 제대로 일하게 하고 잘하면 보상하고 못하면 일벌백계(一罰百戒)해 자율적으로 일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업무 성과도 커진다. 감시와 견제, 적발은 복지부동만 만들고 만다.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공무원 인사의 정치적 중립성이 안 지켜지면 공직사회까지 갈등구조로 몰아갈 수 있다”며 “학연 지연 혈연이 배제된 공정한 인사가 구현돼야 국가 대표 인재를 대한민국의 힘으로 연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근면 전 인사혁신처장이 공직사회에서 바꿔야할 3가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방인권 기자)
◇“새 판 짜기 전에 큰 그림부터 그려라”

그는 새 정부를 향한 애정어린 제언도 잊지 않았다. 우선 큰 그림부터 그려야 한다고 했다. 그는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하며 5년 동안 도달할 곳에 대한 목표를 세워야 한다”며 “조직원들과 목표를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그냥 조직을 떼었다가 붙였다만 한다면 역대 정부에서 한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5년 단임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조직에서 전략과 정책, 수행기능을 분리해야 한다”며 “전략분야에는 국가의 중장기전략을 수립하는 국가재정과 인재육성기능을 맡겨 연속성과 연결성을 갖출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처장은 일자리 정책도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자리 문제는 향후 20년간 우리사회의 과제로 남을 것”이라며 “그러나 정부의 일자리 정책은 5년짜리 단발성 정책에 그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정책기능 강화를 위해 책임 부총리를 4명으로 확대하자는 파격적인 제안을 내놨다.

그는 “사회, 경제, 산업, 과학분야별로 부총리를 두고 분야별로 협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총리는 전체 내각관리와 법, 치안, 질서, 안전, 중앙과 지방정부 간 협력 등을 직할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처별 장관제도에 매달릴 필요가 없다고도 했다. 노동, 교육 등 분야별로 태스크포스팀을 만들어 사안별로 대응하면 된다는 것이다.

난립한 각종 위원회도 정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등 사회적 합의와 협의를 도출하는 일은 국회에서 하는 게 맞다”며 “금융위원회나 원자력안전위원회 등 편법으로 활용해온 위원회라는 명칭은 금융부, 원자력청 등의 이름으로 바꿔서 행정효율화를 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대통령은 전략부서를 가지고 가야 한다”며 “대통령이 되는 순간 내 지지자의 대통령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 현재는 유권자가 아니어도 미래의 유권자인 아이들 문제에 대해서도 깊이 고민하는 대통령이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ljh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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