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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년]#언택트 일상화 #생계 위협 #코로나형 범죄↑
입력 : 2021.01.17 11:48
[이데일리 정병묵 이용성 기자] 2020년 한 해를 공포에 몰아 넣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이 되면서 비대면, 이른바 ‘언택트’ 세상이 됐다. 학교에서는 비대면 수업이 진행됐고, 입사 시험을 집에서 봤으며, 재택근무가 일상이 됐다. 반면 사회적 약자들이 먼저 경제 위기 직격탄을 맞으면서 쓰러져갔고 생계 곤란에 처한 이들은 생필품을 훔쳤다. 1년 동안 코로나19 때문에 바뀐 일상 이전으로 당분간은 돌아가기 힘들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텅 빈 예식장·장례식장…전통적 ‘관혼상제’ 문화 뒤집혀

서울 시내 한 예식장(왼쪽)과 장례식장(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는 결혼·장례 등 기존의 관혼상제 문화를 완전히 뒤집었다. 경조사·제사 심지어 명절 모임까지 작년에부터는 참석하지 않는 것이 예의가 됐다. 거리두기 단계마다 변하는 방역 지침에 예비부부들은 결혼식장에 오지 말아 달라는 연락을 돌렸다. 오히려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고 축의금만 전하는 것이 미덕이 됐다. 계좌번호가 적힌 청첩장은 물론 ‘조문은 정중히 사양합니다’라는 부고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요즘이다.

이에 따라 축의금과 부의금 간편 송금서비스 이용이 급증했다. 카카오페이가 지난해 실내 50인 이상 모임이 금지된 직후 조사한 결과 ‘축의금 송금 봉투’ 사용량이 거리두기 2단계 시행 전보다 3배가량 증가했다. 경조사를 직접 가기보다 돈만 전달하는 사람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굴지의 대기업 입사 시험도 잇달아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삼성전자는 필기전형인 GSAT를 작년 상반기와 하반기에 처음으로 온라인으로 치렀다. LG전자(066570)카카오(035720) 등 일부 기업은 화상 면접을 도입했다.

취업 포털사이트 인크루트가 기업 인사담당자 22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언택트 채용 전형’을 실시한 기업의 비율은 44.9%에 달했다. 긍정적인 효과도 확인됐다. 해당 설문조사에 참여한 인사담당자 중 22.2%는 ‘언택트 채용’을 함으로써 채용 전형이 간소화됐고, 신속해졌다고 평가했다. 17.9%는 면접 전형 과정에 드는 비용을 줄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재택근무 일상화…비정규직은 고용·생계불안 직격탄

전국카페사장연합회원들이 14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국가배상청구소장을 제출하기 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감염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가 직장 내 밀집도를 줄이라고 권고하면서 재택근무가 일반화됐다. 취업포털 사이트 사람인이 지난해 국내 기업 244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자택근무 도입 및 확대한 기업은 76.5%에 달했다.

그간 재택근무를 하면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있어 각 기업이 섣불리 도입하기 어려운 환경이었지만, 코로나19가 시간을 앞당긴 셈이 됐다. 한국은행은 지난 13일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재택근무 확산·쟁점과 평가’ 자료를 통해 단순히 부정적인 요인만 있는 것이 아닌, 통근시간 절약, 직무 만족도 등 순기능도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며 재택근무에 대한 비판 일변도 시각을 불식시켰다.

그러나 재택근무는 ‘정규 사무직’에게만 해당하는 얘기다다. 대다수 현장직·비정규직들은 거리두기는 언감생심, 오히려 고용 불안에 떨어야 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코로나19 이후 비정규직 3명 중 1명(31.3%)이 실직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정규직(4.3%)보다 7배나 많은 비정규직이 실직을 경험한 셈이다.

노동 약자들이 먼저 쓰러진 뒤에는 중소 자영업자들 차례였다. 정부의 집합금지 제한 기간이 길어지자 식당·술집·카페·헬스장·유흥주점은 매출 감소와 임대료를 버티지 못하고 쓰러져갔다. 정부가 이달 3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면서 자영업자들은 정부를 대상으로 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잇달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생계형 절도 범죄 늘어…노약자·아동 학대도 급증

코로나19는 범죄 발생 양상도 바꿔놓았다. 빵 한 조각을 훔쳤다가 19년간 감옥살이를 한 소설 ‘레 미제라블’의 주인공 장발장과 같은 생계형 범죄가 늘었다. 생계에 직격탄을 맞은 사회 취약계층들이 생활을 위해 물건을 훔치고, 사회적 거리두기 탓에 ‘가정 내 거리두기’가 안 되다 보니 노약자·아동들이 폭력에 노출됐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작년 상반기 재산(절도·사기 등) 범죄 발생건수는 32만636건으로, 2019년 상반기보다 8.5% 증가했다. 같은 기간 △강력(-4.6%, 살인·강도·성폭행) △폭력(-3.7%, 상해·공갈·협박) △교통(-7.0%) 범죄건수가 줄어든 반면 재산관련 범죄만 늘었다.

특히 코로나 경기 불황이 본격화한 2분기만 보면 재산 범죄는 16만4918건으로, 최근 3년래 가장 많았다. 경찰 관계자는 “경기가 좋지 않을 때 생계형 범죄가 늘어나는 게 일반적인데 올해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절도 사범이 많이 나온다”고 했다. 실제 취약계층인 고령자 범죄가 급격히 증가했다. 올 상반기 만 65세 이상 재산 범죄자는 1만9722명으로 전년대비 9.3% 늘었다.

노약자를 대상으로 한 학대 범죄도 크게 늘었다. 경로당·유치원·학교에 집합금지 명령이 떨어지면서 집에서 가족끼리 부딪치는 시간이 많아졌기 때문. 경찰청에 따르면 작년 1~8월 기준 아동·노인 학대 범죄로 검거된 사람이 무려 4798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아동 학대 3314건, 노인 학대 1484건이다. 2020년 8개월간 누적치를 연간으로 환산하면 약 7197명으로, △2017년 4409명 △2018년 5158명 △2019년 6551명 등 최근 4년간 아동·노인 학대 검거자수를 훌쩍 뛰어넘는 셈이다.

서울 노원구의 한 요양병원 입구에 면회를 금지하는 안내문이 써져 있다.(사진=이용성 기자)
전문가들 코로나19가 종식돼도 한동안은 예전 일상으로 돌아가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중백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언택트 일상의 장·단점을 느꼈기 때문에 코로나19로 인한 강요된 언택트 행위가 끝나도 코로나19 전 일상으로 돌아가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코로나19가 종식되면, 기존으로 돌아가려는 움직임과 현 상태를 유지하려는 움직임이 한동안 혼재할 것”이라며 “둘 간 충돌 속에서 전에 없던 새로운 문화 형태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남신 서울노동권인센터 소장은 “우리나라의 위계질서가 고착화된 노동구조 때문에 경제 위기가 오면 항상 약자에게 피해가 집중되는 양상을 보인다”며 “코로나 재난 시기에 이것이 또렷하게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새해에는 경제·사회적 약자를 위한 안전망을 구축하고 기형적으로 양극화된 노동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도 “코로나19로 가려졌던 노동자 등 취약계층이 드러났다”며 “코로나19로 누구라도 실업자가 될 수 있다는 경험을 했으니 노동 취약 계층을 구할 수 있는 방안을 활발히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honnez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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