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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이건 알아야해]민간 자율에 맡긴 배출가스 신고…맘대로 조작
입력 : 2019.04.20 08:02
환경부와 환경부 소속 영산강유역환경청이 전남 여수 국가산업단지 내 다수 기업들이 측정대행업체와 짜고 미세먼지 원인물질인 먼지·황산화물(SOx)·질소산화물(NOx) 등의 배출농도를 속여서 배출하다가 무더기 적발됐다고 발표한 17일 저녁 여수 산단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사진=그린피스)


[이데일리 박일경 기자] ㈜LG화학(051910), 한화케미칼(009830)㈜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대기업들이 수년간 대기오염물질 측정값을 조직적으로 조작해온 사실이 드러나면서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지난 17일 환경부와 환경부 소속 영산강유역환경청은 작년 3월부터 최근까지 1년 넘게 광주·전남 지역의 대기오염물질 측정대행업체 13곳을 조사한 결과, 여수 국가산업단지 내 다수 기업들이 측정대행업체 4곳과 짜고 미세먼지 원인물질인 먼지·황산화물(SOx)·질소산화물(NOx) 등의 배출농도를 속여서 배출하다가 무더기 적발됐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번에 조작된 것으로 밝혀진 초미세먼지·카드뮴·염화비닐·납 등은 1군 발암물질입니다.

적발된 4개 측정대행업체는 (유)지구환경공사, ㈜정우엔텍연구소, ㈜동부그린환경, ㈜에어릭스입니다. 이들과 공모한 불법배출 사업장은 △LG화학(051910) 여수화치공장 △한화케미칼(009830) 여수1·2·3공장 △㈜에스엔엔씨 △대한시멘트㈜ 광양태인공장 △(유)남해환경 △㈜쌍우아스콘 등 6개사입니다.

지난 17일 저녁 전남 여수 국가산업단지 내 LG화학 여수화치공장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사진=그린피스)


영산강유역환경청은 공모 관계 등이 확인된 4개 측정대행업체와 6개 사업자를 우선 광주지방검찰청 순천지청에 기소 의견으로 이달 15일에 송치하고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행정처분을 의뢰했습니다. 나머지 배출업체에 대해서는 현재 보강수사를 벌이고 있으며 수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추가로 송치할 계획입니다.

정부는 “올해 2월부터 실시 중인 감사원의 ‘대기분야 측정대행업체 관리실태’ 감사 결과와 환경부의 전국 일제 점검 등을 통해 측정대행업체의 불법 행위를 근절할 수 있는 종합개선방안을 다음 달까지 마련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측정대행업체와 배출사업장에 대한 관리 업무가 지자체로 이양된 이후 불법 행위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관리·감독 체계 개선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측정 결과 값 조작’ 사례. (자료=환경부, 영산강유역환경청)


◇ 어차피 정상처럼 꾸밀 건데…실측은 뭣 하러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하는 대기업을 믿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자 규제 완화 차원에서 사업자와 측정대행업체의 양심에 따라 대기오염물질 신고를 민간 자율로 한 게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긴 꼴이 됐습니다.

수법도 대담해 LG화학(051910)의 경우 염화비닐 실제 측정값이 기준치인 30ppm의 15배가 넘는 459.7ppm임에도 무려 170분의 1로 줄여 2.7ppm으로 대기오염도 측정기록부를 조작했습니다. 이렇게 측정값을 조작해 허위로 기록부를 작성한 건수가 2016년 7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총 149건에 달합니다.

특히 먼지 실측값이 40.1ppm이지만 10.1ppm으로 낮춰 2017년 상반기 기본배출부과금을 면제까지 받았습니다. 배출허용기준치의 30%를 초과하면 배출량에 비례해 기본부과금을 부과 받는데 먼지와 황산화물 측정값을 법적 기준의 30% 미만으로 축소해 대기기본배출부과금을 면탈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염화비닐 등 유해성이 큰 특정대기유해물질을 연간 10톤(t) 이상 배출하는 경우 최대 2.7배 강화된 배출허용기준을 적용받는 일을 회피하기 위해서 꾸민 짓입니다.

한화케미칼(009830)은 아예 측정조차 하지 않고 측정한 것처럼 기록부를 거짓 작성했습니다. 여수 1공장에서 2016년 9월부터 2017년 5월까지 24부를, 여수 2공장에 2016년 6월부터 2017년 3월까지 6부를, 여수 3공장에선 2016년 4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7부 등 전부 37부의 허위 기록부를 만들었습니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 4년간 1만3096건 허위발급…8843건은 측정조차 안 해

이번에 적발된 측정대행업체 4곳은 여수 산단 등에 위치한 235곳의 배출사업장으로부터 대기오염물질 배출농도 측정을 의뢰받아 2015년부터 4년 동안 총 1만3096건의 대기오염도 측정기록부를 축소·조작하거나 허위로 발급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중 약 68%에 해당하는 8843건은 실제 측정을 하지 않고도 측정했다고 꾸몄습니다. 나머지 4253건의 경우엔 측정값을 축소했습니다.

최종원 영산강유역환경청장은 “측정을 의뢰한 대기업 담당자로부터 오염도 측정값을 조작해 달라는 내용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문자를 파악해 측정 조작의 공모 관계를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측정값을 축소해 조작한 4253건에 관해 먼지·황산화물·질소산화물 등 대기오염물질 주요 항목별로 분석한 결과 측정값은 실제 대기오염물질 배출농도의 33.6% 수준으로 낮게 조작했다는 설명입니다.

염화비닐 등 특정대기유해물질 배출허용기준을 초과한 사례는 1667건으로 나타났으며 특정대기유해물질 배출 기준치를 173배 이상 초과했음에도 이상 없다고 조작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이 회사는 수사가 진행 중인데 환경부는 이번 광주·전남 지역의 적발 례는 ‘빙산의 일각’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다른 산업단지까지 조사가 확대되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에 따르면 국내 미세먼지 주요 배출원은 사업장·발전소·교통수단으로 현재 전국에 산재한 대기배출사업장은 모두 5만8932개소에 이릅니다. 이번에 적발된 235개 사업장은 전체 사업장의 0.4%에 불과합니다.

그린피스는 “한국의 미세먼지 배출원 관리와 규제의 허술함을 극명히 드러냈다”며 “기본배출부과금 및 초과배출부과금을 현행 수준에서 대폭 인상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또한 배출량을 조작한 기업에 대한 처벌 수위를 크게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부당한 지시가 이뤄졌을 때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 ‘측정결과 거짓 기록 시 과태료 500만원 이하 또는 경고 및 조업 정지’ 정도의 현(現) 처벌 수위로는 재발을 방지할 수 없다는 지적입니다.

환경오염 불법행위 꼼짝마! 새만금지방환경청 카드뉴스. (자료=환경보전협회)
이데일리 박일경 기자 ik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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