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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외국인처럼…"공매도 수수료·담보율, 개미에게도 비슷하게"
입력 : 2021.01.18 00:03
[이데일리 김재은 기자·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동학개미들의 공매도에 대한 거부감은 그동안 기관과 외국인이 공매도를 활용해 시장을 왜곡하고 부당차익을 챙겨왔다는 의구심에서 출발한다. 2018년 삼성증권(016360) 유령주식 사태가 그랬고, 골드만삭스의 대규모 무차입 공매도가 큰 영향을 미쳤다. 최근 금융위와 금감원 조사에서 시장조성자인 증권사들마저 불법공매도 의심사례가 적발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3월 15일. 공매도 금지 데드라인까지 두 달이 채 남지 않았다. 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계는 지금부터라도 평평한 운동장 만들기와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인식 개선에 발 벗고 적극 나서야 한다. 개인이든 기관이든 외국인이든, 기회 균등이 보장되고 불법 공매도시 엄벌에 처한다면, 공매도에 대한 투자자들의 인식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충분히 바뀔 수 있다.

공매도(차입매도)는 주식을 보유하지 않고 주식을 판다는 의미로, 주가하락에 베팅할 경우 주식을 빌려와서 팔고, 나중에 주가가 하락할 경우 주식을 사서 되갚는 거래를 말한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 공매도 금지 또 연장?…기회 균등하게 재개해야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3월 코로나19 팬데믹에 증시가 폭락하자 공매도 6개월 금지를 내렸다.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보름에서 한 달, 길어야 석 달정도면 충분했다는 게 사후적 해석이다. 그리고 지난해 9월. 정치권과 동학개미의 미흡한 공매도 제도개선 요구가 잇따르자 또다시 6개월 연장 결정을 내린다. 그리고 그 데드라인이 오는 3월 15일 도래한다.

현재 전세계에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공매도가 금지된 나라는 인도네시아, 한국 단 2곳이다. 미국이나 일본은 코로나19 팬데믹에도 공매도를 금지하지 않았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공매도 규제로 시장 유동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해서다. 미국과 일본의 일평균 거래대금 대비 공매도 비중은 40%에 달한다. 한국은 코스피 시장의 경우 5~6% 수준, 코스닥 시장은 2%내외로 높지 않다.

공매도 금지기간, 아이러니하게 한국증시는 G20개국중 30.8%로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일각에선 ‘공매도가 금지돼서’라고 해석하지만, 지난해 한국의 GDP성장률은 -1.1%로 OECD 국가중 최고다. 전세계에서 중국을 빼면 가장 높다. 대장주 삼성전자를 비롯한 기록적인 상승률은 풍부한 유동성과 펀더멘털이 반영된 결과다. 다만 올 들어 코스피 변동성 지수(VKOSPI)가 주가 상승에도 이례적으로 가파르게 올랐다 최근 다소 조정받는 모습이다. 시장에서도 과열 가능성을 제기하고, 개인투자자들은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를 산다. 하락 가능성에 배팅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코스피지수가 3100선을 넘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가운데, 공매도가 재개되더라도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공매도는 주식시장에 추가 유동성을 공급하고, 부정적인 정보가 가격에 빠르게 반영되도록 해 주가버블을 방지하며, 변동성을 줄이는 등 순기능이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1년 유럽 재정위기 당시 각각 8개월(2008년 10월1일~2009년 5월 31일), 3개월(2011년 8월 10일~11월 9일)의 공매도 금지기간 코스피지수는 다른 흐름을 보였다. 금융위기 당시엔 공매도 금지기간 8개월간 3.0% 하락했고, 유럽 재정위기때는 5.6% 올랐다. 공매도 재개된 이후 공매도 금지기간과 동일한 기간 수익률도 다르다. 금융위기로 금지됐던 공매도가 재개된 2009년 6월이후 8개월간 코스피는 14.8%나 상승했다. 유럽 재정위기 당시엔 공매도 재개 후 석 달간 4.25% 하락했다.

◇ 무차입 공매도 방지위한 전산화 시행령 입법예고

그렇다면 공매도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기 위한 첫 단추인 금융당국의 제도 개선은 얼마나 이뤄졌을까. 일단 불법 공매도 처벌 강화는 상당 부분 진척됐다. 무차입 공매도 적발시 주문금액 한도 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게 했다. 징역 1년형 이상도 가능하다. 무차입 공매도의 주범으로 지적된 대차계약의 수기거래 역시 전산화시스템 등 시행령 개정안이 입법예고된 상태다. 하재우 트루테크놀로지스 대표는 “대차계약에 대한 전산화 등을 포함한 보완 방안이 이번 시행령 개정안에 반영됐다”며 “다만 일련번호가 없고, 수기방식도 허용하면서 무차입 공매도 적발이 신속히 이뤄지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미국도 무차입 공매도시 최대 징역 20년형에 처하지만 실제 차입 공매도의 경우 느슨하게 운영해 10거래일 뒤까지 채워놓기만 하면 된다”며 “각 나라마다 운영방식과 합리적인 기준이 다른 만큼 여론만 좇을 게 아니라 시장 효율성에 도움이 되는지를 판단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매도 재개의 전제 조건, 다른 한 축인 개인투자자 참여 확대는 금융당국이 아직 검토중이다. 금융당국은 공매도 재개 전까지 개인투자자 참여 확대 관련 뚜렷한 방안을 내놓는 게 맞다.

금융위원회는 현재 개인투자자 참여 확대를 위한 제도 개선을 추진중이지만, 공매도가 손실이 무한대로 늘어날 수 있는 파생상품 성격이라 고심이 크다. 이미 사모펀드 사태 등으로 투자자 손실 이슈가 불거진 마당에 마냥 풀어놓을 경우 또 다른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통상 주가상승에 배팅해 주식을 5000만원어치 샀다면, 손실은 5000만원으로 제한된다. 투자원금 이상의 손실은 없다. 반면, 주식을 빌려 5000만원어치 공매도를 한 상태인데, 주가가 오른다면 손실은 5000만원이 아니라 1억원, 3억원 등 무한대로 늘어날 수 있다. 공매도는 파생상품 성격이 있는 거래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전문투자자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하겠다고 밝힌 취지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공매도를 영구적으로 금지하자는 목소리가 높은 와중에 개인투자자에 전면 도입할 경우 생길 수 있는 혼란 등을 고려한 것”이라며 “신용거래융자처럼 누구나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지만, 과도기적으로 이같은 조치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 개인 수수료·대여기간 등 차등부터 개선해야

하지만 그보다 먼저 현재 개인이 이용하는 신용대주서비스와 기관, 외국인이 활용하는 대차서비스간 차별을 없애야 한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개인들이 더 높은 수익을 거두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2019년 기준 공매도 거래비중은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59.1%, 40.1%를 차지하고, 개인은 0.8%에 그친다.

금융당국은 일단 증권금융을 통한 대주서비스를 개인들에게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개인들에게 제공되는 대주서비스 수수료(증권금융의 경우 2.5%)와 최장 60일로 제한된 거래기간도 손봐야 한다. 기관과 외국인의 대차거래는 기간 제한이 없다. 개인의 담보비율도 최소 140%이상으로 기관의 대차거래(최소 105%이상)보다 더 높다. 빌릴 수 있는 종목 수도 기관·외국인은 2000여개가 넘는 반면, 개인은 200~250개에 불과하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 관계자는 “기관, 외국인의 대차거래는 주식을 빌려준 대여자가 언제든 주식을 팔겠다고 하면 갚아야 하는 것”이라며 “대여기간이 무한대가 아니라, 수시입출금식 예금처럼 만기가 없는 것이다. 언제든 갚고, 새로 빌려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기관·외국인에게 열려 있는 국민연금 보유주식 대차서비스를 개인에게 빌려주는 방안은 검토되고 있지 않다. 증권사가 고객으로부터 빌려줄 주식(대주 가능주식)을 확보하도록 금융당국이 독려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시장에서는 증권금융을 통한 대주서비스 확대에도 불구하고 수요공급의 미스매치로 개인들이 빌리고 싶은 주식과 빌려줄 수 있는 주식이 맞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개인간 대주서비스 활성화 등 대안 마련도 병행돼야 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참여 확대 방안을 마련중”이라며 “투자자 보호 방안과 함께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적어도 이 방안은 이달중, 늦어도 2월엔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금융당국이 불법 공매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나선 것은 공매도 관련 신뢰 회복을 위한 첫 발일 뿐이다.

공매도가 핫이슈인 요즘. ‘공매도 뜻’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를 정도로 적지 않은 사람들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면, 금융투자업계와 금융당국은 두 팔 걷고 나설 일이다. 단순 착오에 따른 불법 공매도라고, 억울하다고 항변하기보다, 단순 착오를 없애기 위한 시스템을 갖추고, 불법 공매도 적발 시 엄단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게 가치중립적 제도인 공매도가 주가 하락(개인투자자 손실)의 주범으로, 정치권에서 뭇매를 맞는 ‘나쁜 제도’로 낙인찍히지 않는 지름길이다.

이데일리 김재은 기자 alad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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